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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한 7년 전쟁 배경, 지은이, 특징, 인물들의 다양한 면모, 마무리

by 종이의 집 공장장 2023. 7. 24.

7년 전쟁

배경

오늘 소개하려는 책은 7년 전쟁이라는 5권짜리 소설입니다. 우리는 역사책을 보는 걸 굉장히 좋아합니다. 전쟁을 통해 인간 본성을 배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시 상황은 평시 있는 모든 위선과 가식이 벗겨지는 진실의 순간입니다. 용감한 척하던 사람이 전쟁 나면 제일 먼저 도망가고 목숨을 바치겠다고 충성을 맹세했던 신하가 배신하고 뭐 이런 일들이 비일 비재 합니다. 막상 우리는 전쟁을 겪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실제로 전쟁이 나면 제 자신이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모릅니다. 잔인하게 변할지 비열하게 변할지 아니면 희생적으로 변할지 영웅적으로 변할지 아무도 모릅니다.
세계의 여러 가지 전쟁사들 중에서 가장 흥미가 있는 것은 임진왜란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국제전이고 조선, 일본, 명나라, 청나라까지 정말 다양한 국가의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7년의 전쟁기간 동안 그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서 일본군이 쳐들어오기 전에 조선 대신들은 왕실의 어른이었던 공회빈 윤 씨의 장례절차를 국가대사로 의논하고 있었습니다. 북인과 남인 두 개의 당파에서 상복 색깔은 어떻게 할지 제사상에 뭘 올릴 건지 시호는 뭐로 정할지 이런 걸 가지고 논쟁을 하고 있었는데 일본군이 쳐들어온다는 소식을 듣고는 공회빈 윤 씨의 시신이 궁궐 안에서 썩어가도록 그대로 놔둔 채 모두 도망가 버렸습니다.
그러니까 사실 대신들은 장례절차 나 시신이 어떻게 되던지 별로 중요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냥 그걸 수단으로 당파싸움을 했던 거지 평화 시에는 예절과 법도를 목숨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것처럼 포장할 수 있어도 진짜 전쟁이 나면 그런 겉치레 포장은 다 사라지고 사람들은 자기가 정말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에 집중합니다.


지은이

지은이는 김성한 님입니다. 일제 강점기에 도쿄대 법학부를 다니다가 중퇴하고 나중에 영국 맨체스터 대학교 인문학과 석사 학위까지 받았습니다. 정말 많은 소설을 쓰시고 문학상도 많이 받으셨습니다. 이 7년 전쟁은 언론인으로 지내시다가 은퇴하시고 60대 중반에 집필하셨는데 정말 재밌습니다. 원래 이렇게 책 형식으로 나온 건 아니고 1984년부터 89년까지 동아일보에서 연재되던 소설을 약간 수정 보완해서 단행본으로 출시했습니다.


특징

7년 전쟁은 정말 재밌습니다. 굉장히 고증이 철저하고 국뽕이 완전히 배제 돼 있다. 한국 일본 중국 역사서를 모두 교차 검증 하면서 쓰셨기 때문에 임진왜란을 아주 객관적인 시각으로 보고 있습니다.
책 제목도 한국인 입장에서만 보는 임진왜란이 아니고 한중일 입장에서 보는 7년 전쟁입니다. 사실 우리나라 입장에서 쓴 역사서만 보면 당시 정황을 제대로 알기가 어습니다. 예를 들어 징비록을 쓰신 서애 류성룡은 임진왜란 당시 조선 수뇌부에 있으면서 전쟁을 끝내기 위해서 정말 많은 노력을 하셨지만 징비록에 자기변호하는 부분이 좀 많다 고 당대에도 비판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일본 중국 역사서들도 다 자기중심적으로 써져 있는데 임진왜란 이란 게 동아시아 3국에 모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온 국제 전이기 때문에 이걸 제대로 알기 위해선 한중일 역사서를 모두 참고해야 됩니다.
그런 면에서 이 7년 전쟁은 교차 검증이 철저하게 잘되어 있다. 특히 명나라 병부상서였던 석성과 명나라 장군 이여송의 후손 분들이 임진왜란이 끝난 뒤에 조선으로 망명하는데 현재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그 후손 분들의 족보를 찾아서 석성과 이여송 장군의 생몰연대를 알아내는 부분이 아주 압권입니다.
전쟁수년 전의 조선 상황 일본 상황 명나라 청나라의 상황들까지 모두 알 수 있어서 임진왜란을 전체적으로 이해하는데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됩니다. 소설이긴 하지만 역사적인 기록에 기반을 둔 허구이고 등장인물의 행동 하나하나가 굉장히 설득력 이 있기 때문에 감정이입이 잘 됩니다.


인물들의 다양한 면모

그리고 이 책은 역사적인 인물들의 다양한 면모를 비춰주는데. 예를 들어 권율장군 같은 경우는 문신이었기 때문에 군사적인 지식은 부족했지만 실무자들의 의견 청취를 잘하는 열린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행주산성에서 크게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해전에 대해서는 아예 몰랐고 왕의 명령을 거역할 수 없었기 때문에 부하들 앞에서 해군제독 원균장군의 볼기를 때려서 망신 주고 그게 칠천량해전에서 조선 수군이 몰살당하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한음 이덕형도 위기 때마다 정말 대단한 의리와 자기희생 그리고 왕을 위해서 목숨을 내놓을 정도의 충성심을 보여주지만 그렇기 때문에 왕명을 거역하는 이순신을 이해하지 못하고 싫어했습니다.
일본군의 2군 대장 가토 기요마 사는 조선인들을 정말 많이 죽이고 괴롭힌 악랄한 인물이지만 본인의 왕 히데요시에 대한 충성심만큼은 이덕형과 비교될 정도로 대단했고 일본에서는 지금까지도 많은 존경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가 일본군에 혈혈단신으로 건너가서 여러 가지 외교적인 성과를 올린 사명대사의 용기는 칭송하지만 독실한 불교 신자였기 때문에 그 사명대사를 깍듯이 대접해 준 가토 기요마사는 우리 역사에서 그저 비열하고 잔인한 인물일 뿐입니다.
그 외에도 외교를 담당했던 심유경, 군사를 담당했던 이여송 그리고 명나라에서 임진왜란에 대한 전권을 행사했던 병부상서 석성까지 이런 한중일 다양한 인물들의 복합적인 면모를 볼 수 있어서 너무 재미있습니다.


마무리

이 7년 전쟁 그리고 숙적 정말 재밌는 책들이니까 안 읽어보신 분들은 꼭 한번 읽어보시길 권유드립니다. 반응이 괜찮으면 저는 다음시간에 더 재미있는 책으로 돌아오겠습니다.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