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내용
오늘은 마이클 센델교수의 공정하다는 착각이라는 책입니다. 저자인 마이클샌델 교수는 굉장히 유명하신 분입니다. 하버드대학의 스타 교수고 우리나라에서는 2009년에 출간된 정의란 무엇인가 라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책의 도입부에서 센델교수는 2019년에 있었던 미국 부유층 자녀들의 대학 부정 입학 사건으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시험감독관에게 돈을 찔러줘서 sat 성적을 조작하고 운동부 감독들에게 뇌물을 줘서 해당운동을 해본 적도 없는 학생들이 체육특기생으로 명문대에 진학하는 일들이 미국에서 벌어져서 2년 전에 사회적인 문제가 됐습니다. 이 사건은 많은 미국인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는데 그 분노의 기저에는 누구나 공평한 기회를 제공받아서 열심히 노력하고 능력에 따라서 공정하게 대가를 누려야 한다는 미국의 능력주의가 있었습니다. 많은 미국인들이 이런 능력주의를 신봉하지만 샌 델교수는 이런 믿음에 대한 의문을 제기합니다. 과연 능력주의가 무조건 옳은 것일까. 설령 대학입시가 완벽하게 공정해져서 학생들이 빈부격차에 영향을 받지 않고 오직 능력에 따라서 대학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고 하더라도 그 경쟁과정은 승자에게는 오만을 패자에게는 굴욕감을 선사할 것입니다. 비단 대학입시뿐만 아니라 미국사회 전반적으로 퍼져있는 이런 능력주의 신화는 고등교육을 받지 못한 많은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굴욕과 모욕감을 선사했습니다. 수십 년간 진행된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는 생산시설을 저임금 국가로 아웃소싱해서 물가를 저렴하게 낮췄지만 그 과정에서 일자리가 사라진 미국의 저임금 노동자들은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자유시장경제와 세계화의 혜택은 명문대를 나온 일부 상류층에게만 돌아갔고 학위를 갖지 못한 대다수 노동자 계급의 수입은 오히려 더 나빠졌습니다. 하지만 능력주의는 이런 양극화를 정당화시켰습니다. 내가 가난한 건 재능이 부족하고 게을렀기 때문이다. 능력주의 사회는 패자들에게 경제적 불평등뿐만 아니라 이런 심리적인 굴욕감을 선사했기 때문에 수십 년간 쌓여 왔던 대중의 분노가 영국에서는 브렉시트로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표출되었습니다. 샌델교수는 이런 포퓰리즘적 분노에 대처하기 위해서 사회적 연대와 공동선 그리고 겸손함을 강조합니다. 성공한 사람들은 그 성공 이 오로지 본인들의 재능과 노력 덕분이 아니라 어느 정도의 행운 이 작용했음을 아는 겸손함. 그리고 실패한 사람들은 단지 게으르고 노력이 부족했던 것이 아니라 통제할 수 없었던 불운이 있었기 때문에 그들을 배려하고 도와줘야 된다는 사회적인 연대감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센델의 무의식적 전제
능력주의 사회는 성공한 사람들에게 확실히 오만함을 안겨줬습니다. 봐도 오만한 상류층의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는 걸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세계적으로 양극화는 심해지고 있고 현재 경제 시스템은 지속가능해 보이지 않는다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샌델교수님의 모든 주장의 기저에는 무의식적인 두 개의 전제가 있습니다. 첫째 인간은 선하고 정직하다. 둘째 미국은 절대 망하지 않는다. 선한 인간본성에 대한 샌델 교수님의 신뢰는 이 책의 여러 군데에서 관찰되는데 예를 들어 대학입시에서 능력주의를 약화시키기 위해서 1차로 3만 명 정도의 뛰어난 학생을 뽑은 다음 제비 뽑기로 대학에 보내자 뭐 이런 주장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앞서도 말씀드렸다시피 이 책에서 샌델교수님은 미국이 망할 수도 있다 미국의 국가 경쟁력이 다른 나라보다 떨어질 수도 있다. 뭐 이런 생각을 전혀 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런 개념 자체가 없는데 한국인으로서는 참 신선했습니다. 양극화 해소와 사회통합이 필요한 것도 그것이 도덕적으로 옳고 정의로운 것이기 때문이지 국가 경쟁력 때문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비효율은 미국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전제 아래 사회적 연대와 공동선 그리고 정치적에서 도덕성에 대한 여러 가지 주장을 합니다. 그리고 그 전제는 맞습니다. 당분간 아마도 샌델교수님이 돌아가시기 전까지 미국이 망할 일은 절대 없습니다. 국가의 생존 그리고 제 자신의 생존까지 미국에서 태어나 하버드대 최연소 교수가 된 사람은 절대로 가질 수 없는 종류의 두려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론
샌델교수님은 인간의 선한 본성에 대한 믿음 그리고 자국의 경제력과 군사력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바탕으로 좀 더 공정하고 도덕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한 정치를 논하고 있지만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샌 델교수님과 모든 면에서 정확하게 반대점에 있는 정치철학자 마키아 벨리가 떠올랐습니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두되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들 또 책을 읽으면서 그런 문제들에 대해서 다각도로 좀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다음에 더 흥미로운 책으로 돌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